[쿠피두피 아카이빙 프로젝트] 2017년 5월 홍동마을 방문기


쿠피두피 아카이빙 프로젝트

[협동조합 경영학과 석사 7 & 8 기 홍동마을 방문기]

밝맑도서관

성공회대 협동조합 경영학과 석사 7, 8기 식구들이 협동의 정신(!)을 본받고자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학기를 마무리해 갈 즈음이자 몸도 마음도 해이해지던 시기, 홍동마을 방문은 저희에게 다시금 학구열을 불태우게 해줄 에너지를 가져다 준 반짝반짝한 시간이었죠.


그렇게 1박 2일 동안 저희는 한국 협동조합의 메카라 불리는 홍동마을의 의료 생협 그리고 풀무학교를 만나고 왔는데요. 처음 협동조합을 방문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저로서는 너무 유익한 시간들이었기에, 이제 협동조합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꼬꼬마 레벨인 저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 연구를 하고 있으신 분들과도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협동조합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렇게 또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으로나마 실제 협동조합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홍동마을의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우선, 홍성의료생협인 우리 동네 의원과의 오전 인터뷰 일정 이전에 저희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근처 밝맑도서관을 둘러 보았는데요. 밝맑도서관은 1960년대 풀무학교에서 시작된 도서 조합을 모태로 하고 있으며, 2007년에 도서관으로 건립이 되었는데요. 도서관 이름이 독특한데 ‘밝맑’은 풀무학교를 설립한 이찬갑 선생님의 호로, ‘밝다, 맑다’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고 합니다. 


밝맑도서관은 풀무학교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모두가 함께 모은 성금으로 2010년에 1월에 건립 되었고 그 해 10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도서관을 들어서면 무엇보다도 벽면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과 가지런히 정렬된 책들이 조성하는 고요한 분위기에 잠시 압도 되기도 했는데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도서관 안에서 생태 농업, 농촌, 환경, 협동조합, 마을 등의 키워드와 맞는 다양한 책들을 마주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으면 매일 가고 싶을 것 같다며 서로 부러워하기도했었죠. 


도서관을 나오며 밝맑도서관에서 월 마다 출간하는 마을 소식지, 마실통신을 보니 밝맑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세미나, 프로그램, 소모임등이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동네 주민들 끼리 귀농귀촌, 생태/유기농업, 협동조합 관련 주제로 활발하게 교류를 하는 모습이 왠지 어색하기도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희가 방문했던 오전 시간에도, 이미 어머니들이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는 공간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던 모습이 떠올려지네요.


홍성우리마을 의료 생협 , 우리동네 의원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 약속이 있는 홍성 의료생협인 ‘우리동네의원’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가정의학전문의인 이훈호 주치의 선생님과 우리동네 의원 설립 과정, 이훈호 주치의 선생님이 바라보는 의료생협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홍성 의료생협인 우리동네 의원은 2012년 밝맑도서관에서의 의료 생협 관련 공식적인 강연회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의료생협을 위한 공식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2015년 조합원 407명과 출자금 65,710,000원으로 창립 되었다고 합니다. 홍동마을을 기반으로 하여 창립 준비 시점 부터 지역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탄생한 의료 생협은 곳곳에 자리한 협동조합들 사이 홍동 마을의 또 하나의 협동 정신의 결과로 보였습니다. 


현재는 450 여명의 조합원으로 이루어져있으며 한달에 400에서 500여 명의 동네 주민들이 의원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동네의원에서는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 교실, 건강 소모임을 운영하여 동네 청년과 어르신, 지역에 새로 들어온 분들과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가교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훈호 주치의 선생님은 약 2년 동안 지역 보건소를 거쳐 가며 의료 사업을 이어오시다가 의료생협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그 당시 보건 사업의 진료 한계 그리고 의료 정책의 폐해를 마을 내 의원 설립을 통해 보완 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문제 의식에서 부터 의료생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의료 생협 창립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시작일 뿐, 결코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읍내가 아닌 외진 곳에 위치하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이용객 비율 및 수익, 급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요새 고민거리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합 운영에 필요한 인감 증명서와 같은 의외로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주 조합원인 어르신들에게 긴 설명을 해야하는 상황때문에 종종 곤란하다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여느 조합에서와 같이, 조합원의 의사를 취합하는 과정에서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하네요.

이는 협동조합 설립 후 부딪치게 되는 문제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의원이 아닌 협동조합 방식을 선택한 것에 가장 큰 장점은 결국, 조합의 방식을 통해 조합원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형식적이건 실질적이건 간에 서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통해 의원 운영에 큰 도움을 얻는다고 전해주셨습니다.


특히 주치의 분의 이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덕분에 협동조합을 직접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쌓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될 수 있었습니다.

생협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해주실 때는 대학원 수업 시간에서도 과거 협동조합에 종사 하셨던 분 혹은 현재 업무를 병행하고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과연 조직 내 소통,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지속 가능성에 있어 큰 화두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직접 마을에서 의료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으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의미가 더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조합원에게 힘을 얻기도, 조합원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니, 그래서 조합원 중심의 조직이구나.

완성된 실체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협동조합,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과정을 중시할 수 밖에 없는 협동조합 문화가 또 한 번 매력적으로 다가온 순간이었죠. 


나아가 이훈호 주치의 선생님은 지속성을 위하여 지역 내 의원, 의료기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동네 의료생협 채승병 이사장의 협동조합 참여 경험과 노하우가 의료생협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학교에서 방과 후 강의 및 건강검진 통해서 식생활 및 관계 개선 사업, 돌봄 및 지역 아동센터에서 건강 교육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생협을 다른 의사 동료 혹은 후배들에게 권할 의향이 있느냐 라는 질문에는 협동조합 뿐만이 아니라 대안적 의료 기관의 형태는 다양하므로 그것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굳이 협동조합으로 행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운동성 강한 병원을 개인적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추천하고 싶다고 하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주로 인터뷰 시간에 환자가 많아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하시며 남은 시간에는 진료실을 친히 소개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진료실은 진료 보기에 적당한 크기에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여느 진료실과는 다르게 나무로 만들어진 소박한 진료 책상이 눈에 띄었는데요.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의사의 지위를 흐리고 싶은 마음에 의도적으로 책상의 크기를 줄였다고 합니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로 쓰여진 책들로 가득한 책상 대신 환자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조금 더 늘린 진료실. 심지어 진료 시간은 보통 20~30분이 기본이라고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다녀온 병원에서의 진료 시간이 10분도 채 안되었던 것을 생각을 하면, 심지어 그 10분 마저 불편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정말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우리동네의원에서의 진료라면 오히려 주치의 선생님과의 수다가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동네의원과의 만남을 마치고서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기 전 시간이 남아,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와 갓골빵집에서 따끈따끈한 우리밀 빵과 시원한 음료로 간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갓골빵집에서는 유기 농산물 가게와 조합 제품들 역시 만나볼 수 있는데요. 





나중에 풀무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빵을 만드시던 분들 모두 졸업생 출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곳곳에 풀무학교의 흔적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풀무학교


그리고 본격적으로 홍동마을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풀무학교로 향했습니다. 

풀무학교를 방문하던 날이 너무 ‘밝고 맑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학교 분위기와 학생들 모두 그 순간의 봄날과 맞게 편안해 보였습니다. 특히, 외부인인 저희에게도 학생들이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는데요. 교내 외/내부 사람들과 마주치면 항시 그렇게 인사를 나눈다고 합니다. 도시의 학교 혹은 풍경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홍동 마을과 풀무학교의 인연은 유기농업,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학생들 이니만큼 풀무학교와 협동조합의 인연과 관련하여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풀무학교는 59년도에, 학생들이 홍성에서 문구류를 사오다가, 공동으로 구입하고 판매하는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되어 풀무 학생생협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풀무 신협, 소비조합이 생기고 마을로 나아가 지금의 홍동마을을 만드는데 기여 했다고 합니다.


유난히 홍동마을을 둘러보면서 마주한 많은 협동조합들이 자생할 수 있었던 궁금증에 대해 일면 답이 되었던 순간이었는데요. 학교 교육에서 부터 시작한 협동조합 운동이었기에 마을 및 지역 사회에 쉽게 퍼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부터 시작한 협동조합이 마을로 뻗어간 사례가 현재는 도서조합, 대체에너지를 활용한 협동조합, 농기구 이용조합, 비누조합, 우리밀빵 협동조합(갓골빵집)으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풀무학교에서 주목할만 했던 점은 학생의 자율적인 참여와 운영 방식이었는데요. 




학생생활협동조합는 초기 설립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생활 필수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며 이윤 발생 시 이용 배당고를 하고, 탈퇴 즉, 졸업(창업, 풀무학교에서는 졸업을 ‘창업’이라고 부름) 시 출자금을 반환하는 협동조합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요 특히, 학생생활 필수품을 무인으로 판매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신뢰와 정체성 문화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의 참여를 활발히 하기 위한 문제에 협동조합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므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풀무학교의 특별한 교육방식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요. 이에 이사장 님은 생활관에서 더불어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배우게되는 배려심과 책임감이 교육의 자정작용을 하고 이것이 다시금 학생 중심의 회의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와 같이 교내에서 발생하는 갈등 및 문제는 모두 학생 자율의 회의로 해결되므로, 회의와 협의를 통한 민주적인 의사소통 과정은 학교문화에 전반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높은 풀무학교인 만큼, 협동조합과 관련한 수업이 따로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요. 독립적인 협동조합 관련 수업과정은 없으나 학습 공동체 위주의 수업 방식, 일상 생활 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협동조합 사례를 통해 협동조합의 운영방식이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체화되는 듯 하였습니다. 




시간이 없어 학교 곳곳을 돌아 보지는 못했으나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학교 도서관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나무 가구들이 책을 감싸 안은 듯한 공간은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풀무학교 도서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줬습니다. 


풀무학교를 끝으로 홍동마을 방문기를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길에 올랐습니다. 크게 몸이 고단할 일도 없었지만 차를 타고 올라오는 때에는 눈이 꿈벅꿈벅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 

무려 미세먼지 제로를 기록 했던 1박 2일 간 홍동마을 방문기는 남은 학기를 보낼 수 있는 힐링 시간으로 힘들 때 마다 흘깃흘깃 훔쳐볼 수 있는 기억들로 남게 됐지요.

다음 번에 방문할 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게될 지 궁금해지는 홍동마을, 큰 에너지를 얻어온 만큼 다음 번 방문에는 제가 에너지를 나눠드릴 수 있는 여유와 배짱이 생기기를 스리슬쩍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