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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들이 주인이 되는 기업, John Lewis PartnershipResearch & Publications/Column 2016. 4. 20. 02:31
영국의 수도 런던의 옥스퍼드 거리를 걷다보면, John Lewis라는 이름의 백화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설립자의 이름을 딴 이 백화점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1864년에 설립된, 무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영국의 유서깊은 종업원 소유기업입니다. ICA에서 발간하는 World Co-operative Monitor에서 John Lewis는 도소매 유통업 분야의 협동조합으로 분류되며,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유통협동조합이죠. Co-opearative News에서는 지난 3월 4일 종업원 소유를 주제로 열린 South Wales Chamber Business 조찬모임을 취재했는데, 여기에서 Partner라고 불리는 John Lewis의 종업원 Ian Urquhart는 종업원 소유가 가지는 장점들과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기사 원문 링크 "Will employee ownership work for you?" )
(London Oxford Street의 John Lewis 백화점)
John Lewis를 통해 종업원 소유기업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일하는 사람들의 천국, John Lewis Partnership
John Lewis Partnership(이하 JLP)은 31개의 백화점과 276개의 Waitrose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약 94,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을 employee가 아니라 Partner로 부르는 JLP는 ‘노동자들의 천국’, ‘모두가 근면하고 공평한 완벽한 세상을 위한 청사진’ 등으로 묘사되어왔다. 또한 JLP는 영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중 하나로, 수년간 “Britain’s favourite shop”에 선정되는 등 각종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언론은 JLP의 종업원 공동소유 구조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보도하며,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의 정치가들도 의료 및 교육 부문에서 JLP 모델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에 주목하고 있다. 적정 가격에 훌륭한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의 ‘Never Knowingly Undersold’ 슬로건은 지난 75년간 고객에 대한 John Lewis만의 독특한 약속이었다. John Lewis는 의류와 가구 및 각종 생활잡화들을 취급하며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큰 백화점 체인으로 성장하였다. Waitrose는 John Lewis의 식료품 전문브랜드로 1937년에 10개의 체인을 가지고 처음 John Lewis Partnership에 합류하였다. 1950년에 첫 매장을 연 이후 2011년 현재 전국 272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Which?’ 에서 선정하는 연간 슈퍼마켓만족도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John Lewis와 마찬가지로 매년 각종 소비자 만족도조사에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Hampshire에 있는 Leckford Estate 농장에서 우유와 과일 등의 품목들을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Ian은 종업원 소유기업 모델이 경기 불황기에 보다 회복력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종업원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더 높은 수준의 복리를 얻으며, 더 열심히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또한 종업원 소유를 기업의 상업적 성공이 근간으로 하고 있는 ‘기반’으로서 설명했는데요, 이러한 John Lewis의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John Lewis의 역사를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John Lewis Partnership은 어떻게 종업원 소유기업이 되었나?
‘John Lewis and Co.’라는 상호는 1864년 런던 옥스포드 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 28세였던 John Lewis는 사업에 매우 열성적이었고, ‘John Lewis and Co.’는 빠르게 성장하여 1906년에는 두 번째 가게인 Peter Jones를 개업했다. John Lewis는 아들의 21번째 생일선물로 회사의 지분 1/4을 John Stephen Lewis (이하 JSL)에게 넘겨주고 Family Partnership을 형성하였다.
JSL는 아버지의 경영방식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그의 아버지가 회사의 비전과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타 회사와의 경쟁과 영업적 이익에만 얽매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회사의 성공에 비하여 열악한 수준에 놓여있던 회사 직원들의 개인적 행복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관심은 이후 ‘종업원들의 행복’을 제일 가치로 삼는 그의 경영철학의 핵심이 된다. 1914년부터 Peter Jones에 대한 경영권 일부를 가지게 된 JSL은 그곳에서 최초의 직원위원회와 인센티브 체계의 설립, 직원 숙소와 근무일 축소 등의 경영방식 변화를 시도한다. 또한 1918년에는 ‘The Gazette’이라는 이름의 사내 잡지를 발행하고, 이익배분계획에 대하여 공표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JSL이 직원들의 사기와 복지를 증진하고 경영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한 최초의 실험이었다. 그의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Peter Jones의 매출은 5년 내에 두 배로 뛰어올랐다. 1928년 아버지 John Lewis가 9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자 JSL는 회사 전부를 물려받고 본격적으로 산업민주주의에 대한 실험들을 진행하기 시작한다. 그는 종업원 소유기업으로써의 새로운 구조와 원칙들을 설계하고 두 번의 Trust Settlement를 통하여 경영자 소유였던 회사의 지분들을 종업원들에게 분배하는 과정을 계속 진행해 나갔다. 이로써 JSL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되 수익은 직원들에게 분배되도록 하는 지금의 종업원 소유구조가 확립되었다. 그는 자신의 실험이 제도적으로 안착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1940년부터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 각 지점들을 방문하고 Partner들의 이야기를 듣는 정도로 JLP의 운영에 관여하였다.
(JLP에서 파트너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과정. 2015 연차보고서)
개인적인 이윤추구보다 종업원들의 행복에 주목했던 설립자의 경영철학은 15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트너들을 평의회와 위원회 등의 의사결정기구들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이는 기업의 운영에 반영됩니다. 이윤은 종업원 신탁(Trust)에 귀속되어, 다시 파트너들에게 돌아갑니다. 파트너인 Ian이 직접 이야기하는 종업원 소유의 장점과 장애물들을 정리해봅시다.
종업원 소유의 장점
- 종업원 소유 기업은 매각될 수 없다. : 조직의 주인으로서 JLP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종업원들에게 그들의 지분을 다른 곳에 팔거나 투자하는 선택지는 없기 때문에, 그들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지속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 유인을 가지게 된다.
- 직원들은 더 열심히 참여하고 더 생산적이다. : 직원들은 높은 업무수준을 보인다. 그들의 결근율은 업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4%이다.
- 사업의 회복력이 더 높다. : 사업의 공동소유자로서, 파트너들은 보다 지속가능하고 책임있는 기반 위에서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힘쓴다. 이는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 지역사회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 세전 수익의 4%(작년의 경우 약 1300만 파운드) 가량을 지역사회에 기부하였고, 파트너들의 총 자원봉사 시간은 278,000시간 이상이다. 지점에 따라 지역사회에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 높은 신뢰 : 신뢰는 고객 충성도를 위한 핵심 동력이다. 종업원 소유로 인한 사업의 안정성은 공급자들과의 관계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한편, Ian은 종업원 소유 모델이 직면하고 있는 장애물들에 대해서도 덧붙였습니다.
먼저, 종업원 소유가 가진 잠재력이 온전히 실현되기 전에 소유자들이 사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비록 종업원들이 매각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업을 발전시키고 지속할 책임을 가지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여전히 종업원 소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주요한 장애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종업원 소유는 종종 비영리와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변화하고는 있지만 은행에서 종업원 소유기업들에게 대출을 잘 해주지 않기도 하며, 법적, 재무적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들이나 기업의 오너들도 종업원소유가 제공하는 상업적 이익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들이 있음에도, 영국에서 종업원 소유는 매년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종업원 소유기업에 감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영국 정부 정책의 변화도 기여했다고 합니다.
JLP의 사례를 통해 종업원 소유모델이 시장에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의 만족과 행복이 조직 전반의 성장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OECD국가들 중 노동자들의 업무시간과 강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150년이라는 긴 역사가 바탕이 되기는 했지만, JLP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영철학과 그것을 구조화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미 종업원 소유모델을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우리 주변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소유 및 지배구조를 이해함으로써 종업원 소유모델에 조금 더 접근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종업원 소유 모델이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성장하기를 희망해봅니다.
덧붙임. JLP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의 광고로도 유명합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광고와 150주년 기념광고를 한 번 감상해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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